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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투혼 쏟고 한국 떠나는 메가 주연은 김연경이었지만 빛나는 조연이 있었다. 정관장을 이끌고 명승부를 연출한 메가왓티 퍼티위(26·인도네시아·등록명 메가)였다. 지난 8일 끝난 프로배구 여자부 챔피언 결정전에서 김연경의 흥국생명을 상대로 정관장은 끝까지 투혼을 발휘했다. 정규 리그 3위로 플레이오프에 진출해 2위 팀 현대건설을 누르고 올라왔다. 5전 3선승제 승부에서 접전 끝에 흥국생명에 2승 3패로 밀려 우승 트로피를 내줬지만 시리즈 내내 보여준 근성은 박수를 받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그 중심엔 메가가 있었다. 1·2차전을 내리 패배해 벼랑 끝에 몰린 상황에서 3·4차전을 가져와 동률을 이루는 저력을 보였다. 두 세트를 먼저 허용해 한 세트만 져도 시리즈가 끝나는 상황에서 승부를 뒤집은 3차전은 백미였다. 마지막 5차전에서도 두 세트를 내주고 다시 따라붙었지만 5세트에서 한 끗 차이(13-15)로 주저앉았다. 이번 시리즈에선 챔피언전 최초로 5경기 중 4경기에서 풀 세트 승부가 나왔다. 챔피언전 사상 한 세트 최다 점수(70점) 접전도 두 차례나 벌였다. 아시아쿼터 외국인 선수 메가는 챔피언전에서 5경기 153득점을 혼자 책임졌다. 양 팀 통틀어 최다. 김연경(133점)보다 많았다. 메가와 더불어 또 다른 외국인 선수 반야 부키리치(26·세르비아·117점) ‘쌍포’가 터지고, 베테랑 세터 염혜선(34)과 리베로 노란(31)의 부상 투혼이 더해져 정관장은 명승부를 연출할 수 있었다. 메가는 2023-2024시즌 정관장 유니폼을 입고 V리그에 데뷔해 두 시즌간 리그 최정상급 활약을 펼쳤다. 첫 시즌에는 무슬림인 그가 히잡을 쓰고 뛰는 모습으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올 시즌 들어 기량이 더욱 만개했다. 정규 리그에서 득점 3위(802점), 공격 성공률 1위(48.06%), 오픈 1위(42.82%), 퀵오픈 2위(53.61%), 시간차 1위(66.67%), 후위 공격 1위(49.88%) 등 공격 지표에서 대부분 상위권에 들었다. 챔피언전 MVP(최우수 선수)는 김연경에게 내줬지만, 14일 V리그 시상식에서 정규 리그 MVP를 수상할 가능성은 남아 있다. 경쟁자는 김연경이다. 정관장은 다음 시즌에도 메가와 동행하길 강력히 원했지만 메가는 귀국을 택했다. 정관장은 9일 “메가가 다음 시즌 재계약을 하지 않겠다는 뜻을 알려왔다”고 밝혔다. 메가는 건강 문제로 거동이 불편한 어머니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자 자국 인도네시아 리그 혹은 주변 동남아 국가로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고 한다. 한국보다 날씨가 따뜻하고 시즌이 짧은 곳을 선호한다는 후문이다. 정관장 구단은 “메가의 새 도전을 응원하며 언젠가 다시 함께하길 기대한다”고 했다. 메가는 8일 챔피언전 5차전이 끝난 뒤 인천에서 하루 더 묵으면서 선수단과 작별 인사를 했다. 10일 오전 인도네시아로 출국할 예정이다. 정관장은 “실력뿐만 아니라 인성도 출중해 구단 구성원에게 평판이 훌륭했던 외국인 선수였다. 놓쳐서 아쉽다”면서도 “결별을 대비해 다른 선수들을 면밀히 분석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작성날짜15분 전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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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변으로 떠난 아본단자 감독 "아시아의 2년 반, 쉽지 않았지만 매우 고무적이었다" (MHN 권수연 기자) 정말로 안녕을 고했다. 김연경(흥국생명)과 스승인 마르첼로 아본단자가 함께 한국 코트를 떠난다. 흥국생명은 지난 8일 오후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2024-25시즌 도드람 V-리그 여자부 챔피언결정전 5차전에서 정관장을 세트스코어 3-2(26-24, 26-24, 24-26, 22-25, 15-13)로 제압하며 통합우승을 차지했다. 앞서 흥국생명은 챔프전 1, 2차전을 이기고도 3, 4차전을 뒤집혀 인천으로 돌아왔다. 아찔한 상황이었지만 5차전을 5세트 혈전까지 밀고 간 끝에 극적인 마침표로 통합우승을 차지했다. 동시에 현역 은퇴를 발표한 김연경은 염원하던 통합우승과 함께 본인의 선수 생활을 가장 이상적인 모습으로 마치게 됐다. 그리고 2년 반 동안 흥국생명을 이끌어온 아본단자 감독 역시 V-리그에 작별을 고했다. 아본단자 감독은 경기를 마친 후 취재진에게 "다음 시즌에는 (한국에) 없을 가능성이 더 크다"며 "사실상 마지막으로 인사를 드리는 것이다. 아직 어디로 향할지 확정되지는 않았다. 흥미로운 곳이 있다면 그곳으로 가겠다. 이듬해 한국에서는 보기 어려울 것이다. 먼 미래에는 또 올 수도 있지만 그게 내년이라고 말씀 드리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아본단자 감독이 V-리그를 떠날 것이라는 외신 보도는 일찍부터 있었다. 이탈리아 매체 '라 누오보'는 지난 달 31일 누미아 밀라노 소속 세터 알레시아 오로의 이적 소식을 전하며 "튀르키예 구단 페네르바체는 멜리사 바르가스와 러시아 공격수인 아리나 페도로프체바를 영입할 예정이다. 또 이탈리아 감독인 마르첼로 아본단자가 마르코 페놀리오의 후임으로 지휘봉을 잡을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그보다 앞서 타 매체인 '일레스토 델 카를리노'가 정규리그 1위를 확정한 아본단자 감독과의 향후 진로에 대해 인터뷰를 나눈 바 있다. 당시 아본단자 감독은 "이탈리아에서 코치를 할 생각은 없고, 전문적인 관점으로는 튀르키예에 가는 것을 고려 중이다"라고 답하기도 했다. 아본단자 감독은 이탈리아 국가대표팀 코치 출신으로 2011년부터는 약 3년간 불가리아 대표팀을 지휘한 경력이 있다. 2012-13시즌 아제르바이잔 라비타 바쿠를 이끌었으며 2013-14시즌 튀르키예 리그 페네르바흐체의 지휘봉을 잡았다. 같은 시즌 페네르바흐체에 입단한 김연경과는 튀르키예에서 4년 동안 한솥밥을 먹은 사이다. 튀르키예 지진으로 인해 2023년 튀르키예항공과 계약이 종료되자 한국으로 건너왔다. 이후 흥국생명의 유니폼을 입고 다시 김연경과 사제의 연을 맺어 총 세 시즌 동안 V-리그 코트를 지휘했다. 22-23시즌, 23-24시즌 연속으로 준우승의 쓴 맛을 봤지만 끝내 통합우승으로 아시아 커리어를 마무리하고 돌아간다. 흥국생명의 통합우승을 주목한 '일레스토 델 카를리노'는 같은 날 아본단자 감독과의 인터뷰를 전해왔다. 아본단자 감독은 "아드레날린이 솟는 경기였다"며 "1~3세트가 모두 듀스였고 정말 말도 안되는 경기를 펼쳤다"는 경기 소감을 전했다. 아본단자 감독은 경기를 마친 후 곧바로 출국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기분을 묻는 말에 "매우 행복하다"며 "몇 시간 안에 튀르키예 이스탄불에 도착해서 가족과 함께 이탈리아로 향할거다. 어머니의 생신이 곧 다가오는데 가족과 함께 보낼 계획"이라고 답했다. "한국에서의 내 모든 역할은 끝났다"고 전한 아본단자 감독은 "최고의 방법으로 시즌을 마쳤고, 인사하기에 가장 좋은 시기라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매우 흥분되고 힘든 일이었다. 아시아에서 2년 반을 사는 것은 쉽지 않지만 고무적인 일이다. 배구팀을 가르치며 대륙에서 대륙을 넘나들었다. 전문성, 성숙함, 접근성 등 새로운 것을 추가했다. 이제는 해외에서도 새로운 도전에 대한 준비가 되어있다"는 자신감을 드러냈다. 아본단자 감독은 비시즌 긴 휴가를 즐기며 향후 행선지를 정할 예정이다. 그는 "이탈리아 체제나티코 해변이 날 기다리고 있다"며 "다양한 곳을 여행하는 것도 좋지만 오랜만에 몇 달 간 제 고향과 가족, 친구들과 함께 즐기겠다"고 답했다. 사진= MHN DB, 아본단자 SNS 작성날짜58분 전 MHN스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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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우승이 ‘마지막 선물’…아본단자도 떠난다 여자 프로배구 흥국생명을 6년 만의 통합 우승으로 이끈 마르첼로 아본단자(55) 감독이 3년 2개월 만에 한국을 떠난다. 아본단자 감독은 지난 8일 V리그 여자부 챔피언결정전 5차전에서 정관장을 세트스코어 3-2로 제치고 시리즈 전적 3승2패로 우승한 뒤 “다음 시즌 흥국생명 감독은 내가 아니다”라고 결별을 선언했다. 이날 현역 선수로는 마지막 경기를 치른 ‘배구 여제’ 김연경도 “경기 전 감독님이 미리 선수들에게 작별 인사를 하셨다”며 “많은 선수가 본받을 만한 지도자셨다. 그동안의 노고에 정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아본단자 감독은 V리그를 거쳤던 감독 중 가장 화려한 지도자 경력을 보유했다. 26세였던 1996년 이탈리아 리그에서 지도자 생활을 시작한 뒤 이탈리아 대표팀 코치, 불가리아·캐나다·그리스 대표팀 감독을 역임했다. 아제르바이잔 라비타 바쿠, 튀르키예 페네르바체, 이탈리아 차네티 베르가모 등 세계적인 클럽도 이끌었다. 김연경과는 2013~14시즌부터 4년간 페네르바체에서 호흡을 맞췄다. 2023년 2월 흥국생명과 계약한 뒤 “김연경과 함께 우승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고, 김연경도 “내가 감독님의 V리그 적응을 돕겠다”고 팔을 걷어붙였다. 아본단자 감독은 2022~23시즌 후 자유계약선수(FA)가 된 김연경을 적극적으로 붙잡아 흥국생명에 잔류시키는 결정적 역할도 했다. 부임 3시즌 만에 통합 우승을 선물하고 떠나는 아본단자 감독은 “우리 팀 전력이 이번 시즌엔 다른 팀보다 떨어진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새로운 도전 끝에 놀라운 결과를 만들어냈다”며 “선수들이 일군 성과다. 김연경이 얼마나 대단한 선수인지도 새삼 실감했다”고 박수를 보냈다. 김연경은 “배구로는 물음표를 던질 수 없는 분이다. 2년간 흥국생명의 젊은 선수를 많이 키워주시고, 한국 배구에 좋은 영향을 주셨다”며 거듭 감사 인사를 했다. 우승과 동시에 아본단자 감독과 김연경을 모두 떠나보내는 흥국생명은 서둘러 팀 재정비에 나선다. 흥국생명 관계자는 “명망 있는 외국인 감독을 중심으로 새 감독을 물색하고 있다”고 전했다. 아본단자 감독은 과거 김연경과 함께 몸담았던 페네르바체로 복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배영은 기자 bae.youngeun@joongang.co.kr 작성날짜2025.04.09 15:01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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